부산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중상을 입힌 전직 축구선수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7부(부장판사 신헌기)는 지난 20일 강도살인 미수 혐의로 기소된 권모 씨(40대)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우울증 등으로 인해 범행을 저지른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범행 내용이 너무 안 좋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하지만 예전 축구선수였던 피고인이 발로 상당 시간을 폭행하면 어떻게 되는지 더 잘 알 것”이라고 질타했다.
권 씨는 지난 2월 6일 새벽 부산 서구의 한 길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던 20대 여성 B 씨를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끌고가 주먹과 발로 30회에 걸쳐 얼굴을 가격하고 휴대폰 등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피해 여성은 행인 신고로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지만, 턱뼈가 골절되는 등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었다.
권 씨는 기소된 후 세 차례 재판에서 공황장애를 이유로 불출석했다가 재판부가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경고하자 지난달 19일 처음 법정에 나왔고 지난 13일 예정됐던 선고일에도 불참했다.
과거 범죄 전력도 심각…징역 25년 선고
권 씨는 앞선 재판에서 “만취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러 살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권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범행 횟수나 내용을 보면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고 검찰이 구형한 무기징역에 상응하는 처벌을 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살인 미수에 그쳐 법정형인 무기징역에서 감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권씨는 과거에도 범죄 전력이 있었다. 2008년 20대 여성을 상대로 강도와 성폭행을 저질러 징역 7년을 선고받았으며, 출소 후에도 편의점 강도 등으로 징역 5년형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잔혹한 범행에 사회적 경각심 높여
이번 사건은 전직 축구선수 출신의 40대 남성이 공황장애를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는 점에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피해 여성의 얼굴을 향해 ‘사커킥’을 가하는 등 잔혹한 범행 수법이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강력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측은 권씨의 사회 복귀 가능성을 우려하며 엄벌을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피해자는 끝까지 권씨와의 합의를 거부하며 “권씨가 다시 사회로 나올 경우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