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앞바다에서 발생한 호화 요트 침몰 사고로 ‘영국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오토노미 창업가 마이크 린치가 사망했습니다. 린치의 시신은 사고 발생 나흘 만인 22일(현지시간) 수심 49m 아래에 가라앉은 요트 선실에서 수습되었습니다.
린치의 시신은 전날 오후에 발견되었지만, 날씨가 어두워져 수습 작업은 다음 날인 22일에 이루어졌습니다. 잠수부들은 현재 6명의 실종자 중 유일하게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린치의 18세 딸 해나를 찾기 위해 수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번 침몰 사고로 인해 사망자는 총 6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사망자 중에는 린치 외에도 영국 금융인 조너선 블루머 모건스탠리 인터내셔널 회장 부부와 국제로펌 클리퍼드 찬스의 미국 변호사 크리스 모르빌로 부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린치의 아내 회사 소유의 호화 요트 바이에시안호를 타고 시칠리아 여행을 떠났다가 지난 19일 새벽 격렬한 폭풍우에 휘말려 참변을 당했습니다. 당시 요트에는 승객 12명과 승무원 10명 등 총 22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린치의 아내와 한 살배기 아기를 포함한 15명은 구조되었습니다.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는 용오름 현상이 꼽힙니다. 목격자들은 요트가 침몰하기 전 폭풍과 함께 용오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또한, 요트가 침수되어 침몰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린치는 2011년 미국 휼렛패커드(HP)에 오토노미를 110억 달러(약 14조 7천억 원)에 매각할 당시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는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지난 6월 미국 법원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린치는 무죄 판결을 기념하기 위해 자신과 함께 법정에서 싸워준 이들을 호화 요트 여행에 초대했지만, 비극적인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린치는 영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에 비견될 정도로 영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선구자로 평가받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신의 수학자인 그는 1996년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노미를 창업하여 대형 상장기업으로 키워냈습니다. 2006년에는 영국 기업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훈장(OBE)을 받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실종자인 린치의 딸 해나의 시신이 수습되면 당국은 배를 인양할지 결정할 예정입니다.
이번 사고는 호화 요트 여행이라는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갑작스러운 폭풍우와 용오름 현상으로 인해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린치와 그의 가족, 그리고 함께 탑승했던 승객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